블로그를 시작한 지 약 6개월이 되었음에도 30개 남짓한 게시글로 '블로그를 한다'는 표현은 어색하다. 하지만 '블로그 써야 하는데... 못썼다'란 생각의 최고 핑곗거리였던 국비과정(부트캠프)이 끝난 지금, 앞으로 취직까지 어떤 공부를 하며 어떻게 정리할 것이고 어떻게 블로그를 활용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지금이 블로그의 방향에 대해 명확히 해두어야 할 시점이라고 느꼈다.
1. 개발 블로그, 왜 시작했는가?
나는 개발자가 되기 위해 개발블로그를 시작했다. 그런데 프리랜서가 아닌 이상 취직을 해야 '개발자' 아니겠는가. 즉, '취직을 하기 위한 목적'으로서 블로그를 선택했다. 그렇다고 단순히 학원에서 '개발블로그를 하면 취직에 도움이 됩니다'라는 권유에 시작한 것은 아니다. 언제까지나 블로그는 취업을 위한 '개발 역량 향상'이란 목적ㅡ그리고 그를 통한 취업ㅡ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다. 어떠한 주제를 적절한 범주와 항목으로 분류해 글을 쓰면 그 주제에 대해 생각이 명확하게 정리된다. 그렇게 생각이 정리되어야 그 개념이 온전한 자기 것이 된다는 생각이다. 그것이 개발 블로그의 순기능이라고 생각한다.
2. 그동안 글을 쓰지 않은(못한) 이유
블로그를 시작하기 전에도 블로그의 목표를 흐릿하게나마 머릿속으로 정해놓았지만 그렇게 지켜졌는지는 모르겠다. 되돌아보면 블로그 글 개수와 빈도를 채우기 위해 정리되지 않은 필기를 그대로 쓰기도 했다. 그야말로 보여주기식이다. 핑계이기도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영양가 있는 글을 쓰기에는 정말 시간이 없었다. 주 40시간의 수업과 주 3일의 밤샘근무 병행은 글로 정리할 시간을 사치로 만들었다.
강의를 들을 때 초심자 입장에선 당장 오늘 배운 내용을 저녁에 복습하며 이해해야 다음 수업을 따라갈 수 있다. 정리하는데에 시간을 쓰고 다음날 코드를 받아쓰는 반인공지능 사람이 되는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막 취업전선에 뛰어들고 블로그 열심히 쓰려는 지금 이 순간에는 '이래서야 블로그를 이력서에 적을 수는 있을까', '이렇게 블로그 한걸 보면 되려 성실성이 없어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며 아쉽긴 하지만 다시 생각해도 블로그 게시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수업을 충실히 따라가는 것이 옳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3. 앞으로의 방향
첫째.
개발블로그에서 포스팅을 하는 가장 주요한 목적은 글쓰기를 통한 사고 정리와 이를 통한 학습이다.
남에게 보여지는 글을 쓴다는 건 적지 않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간단하거나 단편적인 내용을 배울 때는 이를 이해하고 적용하는 데에 큰 시간이 들지 않지만, 배운 내용을 토대로 글을 쓰고 편집하는 것, 적절한 자료를 찾고 내용을 더블체크 하는 시간은 결코 적지않다고 생각한다.
위와 같은 이유로 단순히 '오늘 이거 배웠습니다.'라든가, 'A개념은 이렇습니다'라는 내용의 글을 '기계적으로' 쓰는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배운 내용을 정리하는 것이 절대 도움이 되지 않아서가 아니다. 루틴하게 배운 내용을 정리하는 것은 무조건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고, 꾸준히 글을쓰는 그 자체가 성실성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게 하기엔 배울 내용이 너무 방대하다. 자신이 배운 모든 내용에 대해 영양가있는 글을 쓰는것은 교과서를 쓰는 것과 다르지 않다.
따라서 단순히 기계적으로 글을 쓰는것은 지양하고 주제의 난이도와 중요성, 기록으로서의 가치(내가 이 글을 다시 볼 것인가?)를 신중하게 고려해 작성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중요하지 않거나 다시 보지 않을 내용이라면 구태여 공들여 적을 필요가 없기 때문.
둘째,
개발블로그의 두 번째 목적은 '기록'이다. 머릿속에 담긴 지식은 언젠가 사라진다. 말을 해도, 글을 써도, 뭘 해도 까먹는다. 하지만 까먹더라도 과거의 어떻게 했는지 찾아볼 수 있게 해주는 것이 기록이다. 개발을 하며 부딪히는 여러 문제를 해결하며(기술적인 문제든, 인간관계의 문제든, 내면의 문제든) 그 해결 방법 내지 느낀 점을 기록함으로써 미래의 시간을 아껴줄 수 있다. 어차피 또 발생할 문제라면, 그리고 어차피 또 보게 될 내용이라면 한번 명확히 정리를 해둔 후 내가 썼기에 가장 이해가 잘되는 내 글을 찾아보는 편이 나을 것이다.
이러한 이유를 생각해 보면 다시 보지 않을 글은 작성할 필요가 없다.
만일 다른 블로그의 어떤 포스팅을 참고해서 기록이 목적인 글을 쓰게 되었을 때, 참고해서 재작성하는 것이 글의 주요한 내용이 아니라면 말씨를 고쳐가며 내가 쓴 척하지 않고 간단한 설명과 링크를 첨부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것 같다.
셋째,
개발블로그의 세번째 목적은 나의 발자취와 성장과정을 담는 것이다.
내가 작성한 글들을 통해 얼마나 성장하고 있는지 판별할 수 있다. 자기 스스로에게는 'n년 동안 내가 이 만큼 성장했구나'를 평가할수도 있고, 타인에게는 이 사람은 이렇게, 어떤 시간을 보내며 성장해왔구나를 대략적이나마 알 수 있다.
또한 개발에 관련된 개인적인 생각과 고민을 글쓰기로 하여금 진지하게 정리함으로써 가치관과 방향을 정립할 수 있다. 고민마저도 성장통이 아니겠는가. 또한 이런 내용들은 일종의 '상세한 자기소개서'내지 이력서처럼 쓰이며 이 사람은 어떤 고민을 갖고 개발을 해왔는지, 어떤 가치관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그만큼 관심을 가져주지는 않겠지만)
이력서는 보통 양식과 글쓰기에 대한 형식, 지면이 어느 정도 스탠다드하게 정해져 있고, 그 안에 적지 못하는 부분이 많기때문에 포트폴리오를 통해 능력을 평가한다. 그와 비슷하게 자기소개서의 보충의 일환으로써 블로그 글은 그 사람의 가치관을 검증할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다.
넷째,
개발 블로그의 부가적인 목적으로는 정보공유가 있겠다. 정보공유를 통해 타인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뿌듯하고 가치있는 일이다. public한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이를 고려하지 않고 블로그 글을 쓸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부수적인 목적은 주목적을 압도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자바를 막 처음 배운 당시 배운 내용을 모조리 써보겠다며 잘 정리해 글을 써봤다. 책을 보고 다른 자료도 참고하며 글을 쓰는 것은 효과적이였지만 효율적인 방법은 아니였다. 무엇보다 글을 쓰는 과정에서 학습의 흐름이 끊기고 글을 쓰는것에 급급하게 되었다. 잘 정리된 게시판을 위해 글의 주제와 범위를 정하고 단어와 문법, 맥락 같이 글의 기술적인 부분에 고민하고, 글을 다듬고 편집하는 시간은 상상이상으로 오래걸렸다.
정보글은 실력과 필력을 갖춘 실력자분들이 더 잘 쓰신다. 내가 쓴 글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블로그의 인기도/조회수가 늘어나는건 물론 기분 좋은 일이고 이를 통해 원동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투입대비 큰 도움이 되지는 않을 듯하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목적은 무엇이고 수단이 무엇인지 생각해야한다.
3줄요약
1. 개발블로그는 개발자에게 있어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그건 개발자가 아니라 블로거다. 기계적이고 영양가 없는 글을 쓰는 것을 지양하자.
2. 블로그의 주목적은 역량 강화, 지식 기록과 발자취 담기이다. 주제의 중요성, 기록으로서의 가치를 고려해 글을 쓰자.
3.글쓰는데 시간은 상상이상으로 오래걸린다. 그것이 헛된 시간은 아니지만, 무엇이 중한지 생각해봐야한다.
-끝-